난소저반응 AMH 낮은 시험관, 주사 용량보다 중요한 맞춤 과배란 전략
작성일26-08-06 02:34 조회 80본문
연세아이소망여성의원 대표원장 박이석
AMH 수치가 낮아도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 AMH가 낮다는 것은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난자의 수가 적다는 뜻이지, 난자의 질이 나쁘다거나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다른 환자와 같은 방식의 과배란으로는 어렵다. 난소예비력이 낮은 환자에게는 난자를 몇 개 얻느냐보다, 그 난소가 실제로 반응하는 방식에 맞춘 자극법으로 좋은 난자 하나를 어떻게 만나느냐가 결과를 좌우한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맞춤 과배란이다.
앞선 칼럼 낮은 AMH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신호일 뿐, '길이 없다'는 선고가 아닙니다에서 나는 AMH 수치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정리했다.
그 글을 읽은 환자분들이 진료실에서 다음 질문을 던지신다. "그래서 저는 시험관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수치의 해석이 아니라, 낮은 AMH에서 실제로 어떤 과배란 전략을 선택하는지를 다룬다.
주사를 늘리면 난자가 더 나올 것이라는 오해
난소예비력이 낮다는 설명을 들은 환자분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해법은 대개 같다. "난자가 적게 나온다면 주사를 더 세게 맞으면 되지 않나요?" 자연스러운 발상이지만, 난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한 생리주기에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 난포의 수는 그 주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이미 정해져 있다. 약을 늘린다고 해서 없던 난포가 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는 임상적 경험이 아니라 여러 차례 검증된 연구 결과다. 저반응이 예측되는 환자에게 고용량(300IU)과 표준 용량(150IU)을 비교한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 고용량군은 채취된 난자 수에서도, 임신율에서도 의미 있는 이득을 보이지 못했다. 난소예비력 검사 결과에 따라 용량을 개별 조정한 대규모 OPTIMIST 연구에서도 저반응 예측군에서 용량을 올리는 전략은 출산율을 개선하지 못했다. 남는 것은 늘어난 약제 비용과 환자의 신체적 부담뿐이다.
그래서 낮은 AMH에서 과배란의 방향은 '더 세게'가 아니라 '그 난소가 실제로 반응하는 만큼, 거기에 맞게'여야 한다.
Klinkert ER et al. "Expected poor responders on the basis of an antral follicle count do not benefit from a higher starting dose of gonadotrophins in IVF treatment: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Human Reproduction, 2005.
van Tilborg TC et al. "Individualized versus standard FSH dosing in women starting IVF/ICSI: an RCT (OPTIMIST trial)." Human Reproduction, 2017.
맞춤 과배란의 네 가지 길
난소예비력이 낮은 환자에게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는 자극 전략은 크게 네 가지다.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우월한 것이 아니라, 나이와 AMH 수치, 이전 주기에서 확인된 반응, 그리고 환자가 처한 조건(남은 시간, 주사에 대한 부담, 비용)에 따라 맞는 길이 달라진다.
| 전략 | 방법 | 고려 대상 |
| 표준 자극 (길항제 요법) | 적정 용량으로 자극하되 과도한 증량 없이 반응을 관찰하며 조절 | AMH는 낮으나 이전 주기에서 3개 이상의 반응이 확인된 경우 |
| 저자극 IVF (mild stimulation) | 경구 배란유도제(클로미펜·레트로졸)에 소량의 주사만 병합 | 고용량 자극에도 난자 수가 늘지 않았던 경우, 부담을 줄여 여러 주기를 시도하려는 경우 |
| 자연주기 · 변형 자연주기 IVF | 자극을 최소화하고 그 주기에 몸이 스스로 선택한 주난포 1개를 채취 | 고용량에도 1~2개만 나오는 극저반응, 호르몬제 부담을 피해야 하는 경우 |
| 듀오스팀 (DuoStim) | 한 생리주기 안에서 난포기와 황체기에 두 번 자극해 두 번 채취 | 고령·저반응으로 남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 가임력 보존이 시급한 경우 |
이 가운데 저자극 요법에 대해서는 오해가 많다. 약을 적게 쓰면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그러나 저반응이 예측되는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다기관 무작위 연구에서 저자극 요법은 고식적 고자극 요법에 비해 임신 성적이 열등하지 않았고, 사용된 주사 용량과 환자의 부담은 크게 줄었다. 애초에 반응할 난포가 적은 난소라면 약을 줄여도 얻는 난자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연주기 시험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접근이다. 그 주기에 몸이 자연적으로 선택한 주난포는 그달의 난포 가운데 상태가 가장 좋을 가능성이 높다. 얻는 난자는 1개지만 호르몬제로 난소를 밀어붙이지 않기 때문에 회복 부담 없이 다음 달에 다시 시도할 수 있다. 나는 고용량 자극을 여러 차례 반복하고도 결과를 얻지 못해 지친 상태로 오신 분들에게 오히려 자극을 내려놓는 이 방식으로 방향을 바꾸어 좋은 결과를 확인한 경우를 적지 않게 경험했다.
Youssef MA et al. "A mild ovarian stimulation strategy in women with poor ovarian reserve undergoing IVF: a multicenter randomized non-inferiority trial." Human Reproduction, 2017.
Ubaldi FM et al. "Follicular versus luteal phase ovarian stimulation during the same menstrual cycle in advanced maternal age women." Fertility and Sterility, 2016.
'저반응'을 하나로 묶지 않는다 POSEIDON 분류
국제적으로는 저반응 환자를 한 덩어리로 다루지 않는다. 나이 35세와 난소예비력 지표(AMH 1.2ng/mL)를 기준으로 네 군으로 나누어 접근하는 POSEIDON 분류가 널리 사용된다. 같은 저반응이라도 어느 군에 속하는지에 따라 전략의 초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군 | 나이 | 난소예비력 | 전략의 초점 |
| 1군 | 35세 미만 | 정상이나 반응 저조 | 자극법과 용량의 재설계로 반응 회복 |
| 2군 | 35세 이상 | 정상이나 반응 저조 | 반응 회복과 함께 난자 질(나이)을 고려한 시간 관리 |
| 3군 | 35세 미만 | AMH 1.2 미만 | 난자 질이 유리한 시기이므로 채취를 누적하는 편이 효율적 |
| 4군 | 35세 이상 | AMH 1.2 미만 | 시간 손실 최소화 — 저자극 반복, 듀오스팀 등 집약적 접근 |
이 분류가 환자분들께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AMH가 낮다"는 진단은 치료의 결론이 아니라 어느 전략으로 갈 것인지를 정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이다.
같은 수치라도 속한 군이 다르면 처방이 달라야 하고, 또 달라질 수 있다.
Alviggi C et al. "A new more detailed stratification of low responders to ovarian stimulation: from a poor ovarian response to a low prognosis concept." Fertility and Sterility, 2016.
한 번의 채취로 승부하지 않는다 — 누적 전략
낮은 AMH의 치료에서 내가 가장 강조하는 관점의 전환이 있다. 시험관의 성적표를 '이번 한 번의 채취'로 읽지 말고 여러 주기에 걸친 누적으로 읽자는 것이다. 이번 달 1개, 다음 달 2개, 그다음 달 1개, 이렇게 배아를 모아 그중 가장 상태가 좋은 배아부터 이식하는 접근은 저반응 환자에서 이미 표준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40대 환자에서 3회까지의 누적 시술이 의미 있는 누적 출산률로 이어졌다는 국내외 데이터는 40대 고령 시험관아기 성공률, 나이 말고 확인해야 할 것들에서 정리한 바 있다.
그리고 이 누적 전략이 성립하려면 전제가 필요하다. 반복해도 몸이 버틸 수 있는 자극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용량 주사를 매달 반복하는 것은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저자극과 자연주기 시험관이 낮은 AMH 환자에게 실전적인 선택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료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
Q. AMH가 0.5인데 시험관아기 시술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AMH 0.5는 난소예비력 저하 범위에 해당하지만 시술의 가부를 가르는 기준선은 아니며, 극저치에서도 임신과 출산 사례가 보고되어 있다. 관건은 수치 자체보다 나이와 자극법의 설계다. 다만 수치가 낮다는 것은 남은 시간이 짧다는 의미이므로 시도를 미루지 않는 편이 좋다.
Q. 저자극으로 하면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지 않나?
저반응이 예측되는 환자군에서는 그렇지 않다. 무작위 비교 연구에서 저자극은 고자극과 임신 성적이 대등했고 주사 용량과 비용, 신체적 부담은 유의하게 적었다. 반응할 난포가 적은 난소에서는 약을 늘려도 결과가 비례해 늘지 않기 때문이다.
Q. 자연주기 시험관은 어떤 경우에 적합한가?
고용량 자극에도 난자가 1~2개에 그치는 극저반응, 호르몬제 사용이 부담스럽거나 피해야 하는 경우, 반복 채취로 배아를 모으려는 경우에 우선 고려한다. 부담 없이 매달 재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Q. AMH 수치를 올리는 약은 없나?
현재까지 AMH 수치 자체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검증된 치료는 없다. DHEA나 코엔자임Q10 같은 보조제가 연구되고 있으나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어서 개별 상담이 필요하다. 수치를 올리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지금 남아 있는 난포를 어떻게 활용할지 전략을 세우는 편이 현실적이다.
글을 마치며
낮은 AMH 결과지를 들고 진료실에 들어오시는 분들의 표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숫자 하나에 갇혀,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치료의 결과까지 미리 단정하고 계신다. 그러나 내가 진료실에서 반복해서 확인하는 사실은 그와 다르다. 낮은 AMH는 남은 시간이 짧다는 경고이지 길이 없다는 선고가 아니며, 그 짧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상당 부분 전략의 문제다.
같은 주사와 같은 용량의 시험관을 반복하며 지치셨다면 방법을 바꾸어 볼 때다. 그 난소가 실제로 반응하는 방식을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과배란을 설계하는 것, 나는 그것이 낮은 AMH에서 임신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박이석 · 연세아이소망여성의원 대표원장
전 삼성제일병원 불임센터 소장 · 전 차병원 불임센터 진료과장
보건복지부 지정 배아생성의료기관 · 난임시술의료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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